지콜론(www.gcolon.co.kr) 6월호에 저희 레인보우버스의 인터뷰가 개재되었습니다.
레인보우버스의 조대영은 씨엔블루, FT아일랜드 등의 음반디자인을 통해 주목 받고 있는 디자이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음반디자인을 꿈꿔온 그는, 주어진 조건과 한계 속에서도 좀 더 새롭게 즐겁고 재미있는 디자인에 대한 욕심을 놓지 않는다. 아이돌 가수의 음반디자인 중 씨엔블루의 앨범이 한층 돋보이는 이유다.
1.그간 음반 디자인을 담당했던 뮤지션들을 열거해달라.
=> 씨엔블루,FT아일랜드,2AM,에이트,임정희,B1A4,드라마 미남이시네요 OST, 드라마 씨티홀 OST 등의 음반을 진행했다
2.어떤 계기로 음반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나, 음반 디자인의 어떤 점에 ‘매혹’되었다고 생각하나
=>중고등학생시절부터 늘 음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인터넷붐이 한창일때 웹디자인에 먼저 매혹당해 열심히 일하다가 이후 약간의 슬럼프를 느낄때쯤 우연찮은 기회에 한 지인분의 부탁으로 FT아일랜드 브로슈어를 만들게 되었다. 이후 조금씩 신뢰를 얻어 해당 소속사인 FNC MUSIC과 관련된 각종 음반디자인작업들을 도맡게 되었다. 음반디자인의 매혹적인 부분이라면 단연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교감을 통한 만족감이 아닌가 싶다. 주로 우리회사에서 진행되는 음반디자인의 주체가 인기아이돌그룹이 많다보니 특히나 팬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무엇보다 신비스럽고 존재감 많은 "연예인" 과 관련된 비주얼을 창출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뿌듯함이 크다. 음반디자인을 진행한지 3년여정도 되어가서 익숙할만한데도 직접 음반매장에가서 소비자들의 동정을 살피며 굳이 꼭 한장씩 사들고 오곤할 만큼 매혹적인 일이다.
3.개인적으로 영향 받은 (국내외를 망라해서) 음반 디자인이 있다면?
=>가수 이승환씨의 4집 이후의 대부분 음반들을 모두 좋아한다. 워낙 이승환씨의 팬이기도 했지만, 음반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늘 과감해서 새앨범에 대한 기대가 다른 가수의 음반들에 비해 훨씬 남달랐다. 이승환씨 음반을 디자인한 회사는 현재까지도 동종업계 최고의 디자인력을 자랑하고 있기에 여전히 많이 영향을 받고 있다.
4.음악을 시각화하는 과정에 대해 서술해달라
=>음악을 듣고 진행할 때가 있는 반면 녹음이 다 끝나지 않은 시점부터 디자인작업을 병행해야할 경우 음악을 듣지 못할 때도 많다. 이럴경우엔 보통 해당 가수 고유의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음악이건 가수에 대한 느낌이건 무형의 어떤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톤(TONE),타입,레이아웃 이 네가지를 어떻게 적절히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크게는 느낌을 형용화 시켜 "발랄한,신나는","우울한,차분한","세련된,모던한" 이런식으로 정의한 뒤 느낌이 정해지면 음반 표지에 사용할 메인 사진을 선정하고 음반제목과 관련된 타이틀 제목의 타이포디자인을 결정한다. 표지의 디자인이 최종적으로 클라이언트측과 합의가 되면 이후에 가사집,CD디자인등을 같은 룩앤필로 진행한다. 가사집같은 경우 화보집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때에도 사진과 가사텍스트들의 레이아웃을 동적인 분위기로 갈 것인지 정적인 느낌으로 할 것인지 등을 꼼꼼히 고려하여 최대한 음악적,브랜드적인 이미지를 표현해야한다.
5.그 과정에서 가수, 해당 음악, 레이블의 아이덴티티, 시장성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각각 있기 마련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혹은 어떻게 균형을 맞추면서 디자인을 하는지 궁금하다
=>음반은 비슷한 제품군인 도서류나 문구류와는 표면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컨텐츠의 성격상 디자인이 판매량이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디자인이 남달라야 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가수의 브랜드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일반 평범한 소비자가 아니라 해당 음반의 가수를 좋아하는 팬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가지에 가장 큰 촛점을 맞춘다. 보다 시각적으로 고급스럽길 원하고 다른 가수의 앨범과 남다르고 싶어하는 것이 음반소바지들이다. 그냥 음원만 듣기에 충분한 음반은 그야말로 상징성 이외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솔직히 이런 사실을 매우 잘 알면서도 특히나 늘 짧디짧은 일정과 예산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아직은 많이 아쉬운 점이 있지만 계속 고민하고 노력중이다.
6.해당 뮤지션과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이뤄지나? 그리고 의사소통이 작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주로 인기아이돌그룹의 음반들을 진행하다보니 여러가지 이유들로 해당 뮤지션의 의사보다는 아무래도 해당 소속사 마케팅담당자분들과 주로 소통하게 된다. 의사소통이 작업에 미치는 영향은 경우에 따라 매우 다르다. 모든 디자인컨셉과 권한을 우리쪽느낌대로 진행하는 경우엔 대체로 일이 쉽게 풀리는 것 같다. 하지만 클라이언트측이 내부적으로 원하는 스타일을 제시되는 경우라면 아무래도 큰 그림부터 맞추고 디테일한면까지 함께 꼼꼼히 점검하며 진행해야한다. 물론 이 때에도 우리만의 디자인철학과 컨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클라이언트에게 의존하거나 서로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엔 본질이 망각되고 디자인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발생된다. 모든 업무의 기본이겠지만 음반디자인에 있어서는 더욱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7.음반 디자인은 낱장의 커버만을 말하진 않는다. 말하자면 패키지 디자인인 셈이기도 한데, 음반의 물성을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일부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음반들을 제외하고는 보통 예산문제로 대부분의 음반들의 포맷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한정적인 환경 가운데에서도 독창적인 물성을 창조해야하는 것이 숙제인 것 같다. 음반의 물성을 표현하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커버재질,두께,사이즈,트레이포맷,제본방식,후가공등의 요소가 있다. 늘 디자인초기단계부터 꼼꼼히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들인데 이런 요소들에 따라 디자인의 전체적인 방향이 좌우된다. 같은 재질의 종이를 사용하였더라도 사이즈가 다르면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고 약간의 후가공(박가공,형압가공,특수코팅가공)의 방식들로 인해 제품의 퀄러티가 판가름나기에 모든 요소들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디자인의 전체적인 느낌을 일관성 이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8.판매를 위해 소장성에 가치를 둔 음반들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런 경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만 하더라도 개인적인 소유목적으로 앨범은 구매한적이 매우 드물다. 그야말로 순수하게 소장가치만을 위해 구매하는 가수의 팬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위해 좀 더 질적으로 우수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제공해야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이러니 한 것이 그렇게 하기엔 음반판매량이 너무 저조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비싼소재들로 꾸며진 값비싼 제품을 만들어서 마냥 비싸게 판매할 수도 없다. 이런 한정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디자인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사실 나 스스로가 지금 뱉어 내는 만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기에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9.디지털 음원 시장이 커지면서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커버가 썸네일 이미지로 보여지는 상황이라서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한다)
=>음원사이트에 등록될 것을 미리 염두하면서 진행한다. 불가피하게 섬네일로 표현되기 어려운 디자인이 제품으로 나온경우라면 특정한 이미지들을 재가공하고 타이틀 폰트를 재정렬해서 섬네일용으로 리다지인 한다. 디지털 음원시장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표지에 해당 가수의 사진을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이다. 이미 많이 알려지고 인기 있는 가수인 경우에도 사진없이 디자인 해보자는 의견이 나오면 클라이언트나 디자이너나 늘 심각하게 고민해서 진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보여지는 섬네일이 작고 많다보니, 누가봐도 가장 먼저 주목받을 수 있는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0.본인의 작업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자면
=>씨엔블루 1집 (BLUETORY)과 FT아일랜드 2번째 미니앨범 (Beautiful Journey), FT아일랜드 정규3집 (Cross & Change) 가 마음에 든다. 씨엔블루 1집 같은 경우엔 주변에서 많이 좋아하셨다. 신인 밴드의 첫 앨범이었음에도 음반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앨범을 구매하셨다는 이야기를 가끔 전해들었는데, 음반디자인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FT아일랜드 Beautiful Journey 앨범같은 경우엔 정말 우리 마음대로 만들었다. 클라이언트 측에서 우리쪽의 의견을 100%수렴해서 자유로운 진행환경을 만들어주셨다. 화보집이 트레이싱지 봉투에 들어있고 CD는 화보집 마지막페이지에 카드봉투같은 곳에 들어있다. 이런 포맷을 기본으로한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앨범이다. 보통 앨범의 포장지는 벗겨내어 버리지만 비닐 포장지까지 한 셋트로 여겨져서 여전히 비닐봉투채로 소장하고 있다. FT아일랜드 Cross & Change 앨범은 우리가 디자인을 진행했던 공식적인 첫 국내정규앨범이었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를때 맨땅에 헤딩하며 만든 음반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11.가장 좋은 앨범디자인이라 꼽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관점에서 선정했는가
=>가장 좋은 앨범디자인을 꼽기엔 역량이 많이 부족하고, 이런 앨범 하나가 있다. 아무리 내가 훌륭한 디자이너가 된다고 해도 정말 여러가지로 주변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감히 국내에서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할 디자인의 앨범이라고 생각되는 앨범인데, 바로 U2의 앨범이다. 지인이 소지하고 있는걸 본 즉시 너무 가지고 싶어서 바로 구매했던 앨범이다. 완성품은 일반 CD사이즈의 4단 디지팩형태인데 아무런 텍스트나 가수의 사진없이 수평선 사진만 덩그러니 있는 표지가 매우 인상적이다. 가사가 들어있는 책자디자인은 그야말로 음악을 듣지 않아도 어떤음악일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한다. 이 앨범을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보고 있노라니, 소장가치라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난 U2의 팬이 아니지만, U2의 팬들은 정말 이 앨범을 사랑하고 또 사랑할 것만 같다.
12.결론적으로 음악에 있어서 디자인이 하는(혹은 해줬으면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가수에게 직접 옷을 입히고 액세서리를 착용시켜주는 패션코디네이터가 아니라 그들이 공들여 만든 음악에 그에 맞는 알맞은 옷을 입혀주는 또 다른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 음반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음악에 모자람이나 넘침없이 그들의 음악적 성격을 보다 선명하고 명확하게 표현하여 하나의 디자인이 디자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온전한 "음반디자인" 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답변을 고민해 보면서 오히려 반성이 되고 깨달음을 얻은 듯 하다.
13.과거 한국 음반 디자인 중 디자인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한 장을 고른다면? 그리고 그 이유는?
=>좋아하는 음악의 음반중에서 골랐는데 넥스트4집(Lazenca - A Space Rock Opera)을 골랐다. 음반디자인은 특히나 그 음반에 어떠한 노래가 들어있느냐를 배제할수가 없는 것 같다. 한 가수의 음악이나 그들의 느낌을 얼마만큼 디자인으로 잘 표현했는지가 중요한데, 누가봐도 디자인은 뛰어나지만 음악이 형편없다면 음반디자인에 있어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넥스트 4집 음반은 1997년도에 발매된 거의 15년전의 음반이 되어가는 음반이다. 이 음반은 국내 순수 제작의 애니메이션 "라젠카" O.S.T겸 넥스트의 정규앨범인 독특한 상징성을 가지는 음반이다. 표지디자인에는 신해철씨를 중심으로 총 4명의 멤버가 갑옷과 투구를 착용한 인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넥스트" 라는 그룹명을 다소 언밸런스해 보이는 궁서체의 타입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국산" 애니메이션의 O.S.T라는 것을 강조하듯 야릇하게 토속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멋스럽게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 음반은 어제 발매된 음반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없을 만큼의 우수한 사운드를 자랑하고, 락을 베이스로한 발라드,메탈,오케스트라등을 아우르는 전문 음악인들이 꼽는 최고의 명반중의 명반이다.
* 위의 인터뷰내용은 실제 지콜론매거진의 내용과 조금 다릅니다. 서면인터뷰였는데요. 잡지에는 아무래도 약간 정리가 되다보니.. ^^